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통역 산업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ChatGPT, Google Translate, Papago 등 AI 기반 번역·통역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인간 통역사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오히려 전문 통역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고, AI가 도입될수록 인간 통역사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AI 통역의 한계
AI 통역 기술은 분명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실시간 음성 인식, 즉각적인 번역, 다국어 지원까지... 기술적으로는 완벽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1. 맥락 이해의 부재
AI는 단어와 문장을 번역할 수 있지만, 그 이면의 의도와 뉘앙스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특히 한국어의 높임말, 존댓말, 문화적 표현은 단순 번역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2. 전문 용어의 정확성
반도체 산업의 "GAA", "EUV", 방산의 "K9 자주포", 의료의 전문 용어들은 단순 사전 번역으로는 정확한 의미 전달이 불가능합니다. 해당 분야의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3. 실시간 상황 대응
예상치 못한 질문, 갑작스러운 주제 변경, 감정적 상황... 이런 순간에 AI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합니다. 인간 통역사만이 유연하게 상황을 읽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AI는 단어를 번역하지만, 인간 통역사는 의미를 전달한다."
- 국제회의 전문 통역사 김OO
AI 시대, 통역사의 새로운 역할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 통역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오히려 AI의 발전은 통역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문화 중재자 (Cultural Mediator)
단순 언어 번역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한국 기업이 중동에 방산을 수출할 때, 단순히 말만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합니다.
전문성 강화
AI가 일반적인 통역을 담당한다면, 인간 통역사는 더욱 전문화된 영역으로 나아갑니다. 의료, 법률, 기술, 방산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납니다.
감정적 지원
특히 의료통역, 난민 지원, 법정 통역 등에서는 단순 언어 전달을 넘어 감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는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입니다.
통역사가 준비해야 할 것
AI 시대를 맞아 통역사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 기술 활용 능력: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입니다. CAT(Computer Assisted Translation) 도구, 용어집 관리 프로그램 등을 능숙하게 다뤄야 합니다.
- 전문 분야 선택: 한 가지 이상의 전문 분야를 정하고 깊이 있게 공부합니다. 의료, IT, 법률, 금융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일수록 경쟁력이 높습니다.
- 문화적 감수성: 언어뿐 아니라 문화, 역사,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웁니다.
- 소프트 스킬: 의사소통 능력, 순발력, 문제 해결 능력 등 인간적인 역량을 강화합니다.
결론: 공존의 시대
AI와 인간 통역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입니다. AI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통역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인간 통역사는 고도의 전문성과 인간적 감수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그 가치를 발휘합니다.
2024년은 AI 통역 시대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문 인간 통역사의 가치가 더욱 명확해지는 해이기도 합니다.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통역사의 생존 전략입니다.
통역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입니다. AI가 과학적 부분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예술적 영역에서 빛날 것입니다.